심오한 목적이나 의도없이
때로는 산책자의 여유로운 호흡으로
때로는 어떤 대상을 향해 빠져들 때의 역동적인 리듬으로 쓰여진 다채로운 아티클,
소셜 클럽은 히스토리·아트·패션·라이프스타일 등 예술적 상상력에 기반한 모든 것을 탐구하는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With no profound purpose or intention,
at times with a leisurely breath of a stroller
and at others with a dynamic rhythm that immerses you
in specific topics of a wide array of articles,
the Social Club relishes intellectual pleasure,
exploring anything and everything founded on artistic imagination
whether historical, art, fashion, or lifestyle.
Giorgio Morandi in his Studio, 1953. Photographed by Herbert List. (Photo Credit: 2012 Magnum Photos, New York.)
명상을 이끄는 화가
조르조 모란디
GIORGIO MORANDI 1890~1964
#Inspiration
사물의 본질과 사물 간의 관계를 드러내는
고요하고 단순한 정물화를 통해
관람객을 명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화가, 조르조 모란디
Giorgio Morandi in his Studio, 1953. Photographed by Herbert List. (Photo Credit: 2012 Magnum Photos, New York.)
조르조 모란디는 볼로냐에서 태어났다. 볼로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알려진 볼로냐 대학이 있는 이탈리아 북부의 조용한 대학 도시로, 조르조 모란디는 이곳 미술아카데미에서 학생들에게 판화를 가르쳤다. 그는 한평생 이곳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고, 다른 작가들의 전시회를 방문하는 것도 꺼렸다. 새로운 경험과 자극이 자신의 작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를 여행한다 해도 아무것도 보지 못할 수 있다.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많이 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금 보고 있는 것을 성실하게 보는 것이다.” 그에게 그림은 정신과 육체의 정진을 통해 도달해야 할 이상 같은 것이었다.
Giorgio Morandi's Studio, 2015. Photographed by Joel Meyerowitz, from the series Morandi's Objects.
Giorgio Morandi, ‘Still Life’, 1939. Private Collection. © 2008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SIAE, Rome
조르조 모란디는 세 누이와 함께 살며 자신의 방을 작업실로 사용했다. 그의 방 안에는 다양한 형태와 색을 지닌 병, 꽃병, 각종 용기가 레이블이 제거된 채 잔뜩 놓여 있었다. 그것들이 작품의 소재였다. 그는 ‘성실하고 끈질기게’ 이것들을 바라보며 평온함이 지배적인 모노톤의 그림을 그렸고, 자신의 모든 작품 제목을 이탈리아어로 정물화를 의미하는 ‘Natura Morta’라고 붙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놓여 있는 꽃병과 용기, 조금씩 포개진 채 나란히 놓인 형태가 다른 꽃병 네 개와 물병 하나, 그리고 가끔 자신의 방 창밖으로 보이는 집과 나무 같은 풍경들.
그는 “가시적인 세계에서 내가 유일하게 흥미를 느끼는 것은 공간, 빛, 색, 형태"라고 말하며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았고, 오브제에 먼지가 쌓이는 것도 그대로 내버려둔 채(언젠가 한 누이가 먼지를 닦았을 때 그는 평소와 달리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커튼 너머로 비치는 햇빛을 조절하고 사물의 배치를 달리하는 정도의 변주를 주며 같은 대상을 그리고 또 그렸다.
Giorgio Morandi, ‘Still Life’, 1950. Museo di Arte Moderna e Contemporanea di Trentoe Rovereto, Giovanardi Collection. © 2008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SIAE, Rome
Giorgio Morandi, ‘Still Life’, 1954. Smith College Museum of Art, Northampton, Mass. © 2008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SIAE, Rome
Giorgio Morandi, ‘Still Life’, 1960. Museo di Arte Modernae Contemporanea di Trento e Rovereto, Giovanardi Collection. © 2008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SIAE, Rome
조르조 모란디가 살았던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는 인상주의와 입체주의, 미래주의 같은 회화 운동이 거세게 일던 때였다. 다른 작가들과 교류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는 시류에 적극적으로 편승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서 후기 인상주의 회화의 대가인 세잔의 영향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세잔이 생트 빅투아르산을 반복해서 그리며 사물의 본질을 화폭에 담고자 했듯이 그 역시 자신만의 오브제를 통해 그와 같은 성취를 이루고자 했다. 그러나 조르조 모란디의 그림은 세잔의 것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담백하다.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작고 소박한 방에서 수도승 혹은 은둔자처럼 그림만 그렸던 그의 삶은 그의 작품에 단순함과 고요함을 옅어지지 않는 은은한 향수처럼 남겨 놓았다. 그와 같은 도시에서 생활했던 볼로냐대학 기호학과 교수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트 에코는 그를 ‘물질의 시인’이자 ‘최고의 정신성'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의 그림 안에서 느껴지는 평온함은 예술의 형식과 내용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작품과 예술가가 어떻게 하나의 세계로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Chief Editor 안동선
<Harper's Bazaar> Korea 피처 디렉터 출신으로 현재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출판과 전시를 기획한다.
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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