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한 목적이나 의도없이
때로는 산책자의 여유로운 호흡으로
때로는 어떤 대상을 향해 빠져들 때의 역동적인 리듬으로 쓰여진 다채로운 아티클,
소셜 클럽은 히스토리·아트·패션·라이프스타일 등 예술적 상상력에 기반한 모든 것을 탐구하는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With no profound purpose or intention,
at times with a leisurely breath of a stroller
and at others with a dynamic rhythm that immerses you
in specific topics of a wide array of articles,
the Social Club relishes intellectual pleasure,
exploring anything and everything founded on artistic imagination
whether historical, art, fashion, or lifestyle.
Chanel wearing a sailor cap with a brooch @classicchicagomagazine.com
코코 샤넬의 장소들
코코 샤넬
Coco Chanel 1883~1971
#Inspiration
영원한 방랑자였던 코코 샤넬의 삶은
중요한 장소들에서 받은 영감을
패션으로 창작하는 여정에 다름 아니었다.
Coco Chanel in 1935. ©Man Ray, Granger REX Shutterstock
“나는 항상 길을 떠났다…권태가 마음 속 깊이 똬리를 트는 게 느껴질 때면, 나는 떠났다.” 코코 샤넬은 자유를 찾아, 내면의 속박을 벗어나고자, 특별한 영감을 좇아 항상 어딘가로 떠나는 삶을 살았다. 어쩌면 행상인이었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방랑벽이 그녀를 길 위로 떠밀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브리엘 보뇌르 샤넬은 1883년 여름, 프랑스 중부에 위치한 농촌마을 소뮈르의 자선병원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행상 생활 중 병약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얼마 안 가 12세의 나이에 샤넬은 오바진 수도원 고아원에 버려진다. 수녀들에게 바느질을 배워 파리의 가게에서 주문한 혼수용 옷가지나 속옷을 만들며 보낸 10대 시절은 그녀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지만 평생의 취향을 결정한다. 훗날 캉봉가 31번지에 마련한 아파트에는 성모자 상과 십자가가 즐비했고, 프랑스 남부에 별장을 지을 때는 건축가에게 오바진 수도원의 건축양식을 따라 달라고 요청했다.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비롯된 듯 보이는 더블 C 로고와 샤넬의 절대적인 블랙 컬러의 명료한 레퍼런스인 수녀복 그리고 묵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긴 목걸이와 중세 유물에서 따온 십자형 펜던트 같은 주얼리는 이 시기에 취향의 원형이 확립되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The Little Black Jacket_Chanel's Classic Revisited, 2012. Fashion Editor: Carine Roitfeld, Photographer: Karl Lagerfeld.
Chanel wearing a sailor cap with a brooch @classicchicagomagazine.com
1901년 18살이 되던 해 수도원에서 멀지 않은 중소도시 물랭의 한 기숙학교에 들어간 샤넬은 낮에는 재봉용품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뮤직홀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때 그녀가 불렀던 당시의 유행가 ‘코-코-리-코(Ko Ko Ri Ko)’와 ‘누가 코코를 보았는가(Qui qu’a vu Coco?)’라는 노래 때문에 샤넬은 코코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Hugh Grosvenor, 2nd Duke of Westminster (1879 - 1953) at Chester Races with French fashion designer Coco Chanel (1883 - 1971), 1st May 1924. Photo: Phillips/Topical Press Agency/Hulton Archive/Getty Images
Coco Chanel outside her first fashion boutique with her aunt Adrienne in Deauville, France @exquisite.ie
샤넬은 이곳에서 알게 된 부호 에티엔 발장을 따라 호화로운 성에서 살게 된다. 낮에는 말을 타고 산책을 하거나 오후에는 경마장 갈 채비를 하는 근심 없고 무료한 삶이었다. 이 시기 샤넬은 남성 패션 아이템을 거침없이 활용한 차별화된 스타일과 사교계와 예술계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남다른 페르소나를 개발했다. 더하여 평생의 사랑이었다고 말하는 아서 에드워드 ‘보이’ 카펠을 만난다.
카펠은 샤넬의 시대를 읽는 감각과 독보적인 예술성을 알아보고 1910년에는 파리 캉봉가 21번지에, 1913년에는 해변 휴양지 도빌에 가게를 열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후원하고 사업 감각을 가르쳤다.
Chanel wearing Westminster’s jacket in Scotland @classicchicagomagazine.com
Coco Chanel and Vera Bate at the Duke of Westminster’s, Scotland, 1925. @classicchicagomagazine.com
1920년대에는 영국 최고의 부호 제2대 웨스트민스터 공작과 연인 사이가 되어 체셔에 있는 저택인 이튼 홀을 비롯한 웨일스 등 공작의 소유지에서 6년간 생활했다. 이때 경험한 낚시와 사냥 등 다양한 야외 활동을 비롯한 영국 귀족의 생활상이 샤넬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샤넬은 공작의 트위드 재킷이나 캐시미어 카디건을 즐겨 입으며 컬렉션으로 디자인했고(그때까지는 아무도 트위드를 여성복 소재로 사용하지 않았다) 공작의 요트 선원들이 착용하는 베레와 벨 보텀 팬츠, 이튼 홀의 하인들이 입는 조끼와 작업복에서 두루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튼 홀 카밀리아 온실에 아름답게 피어 있던 카밀리아는 오늘날에도 샤넬을 대표한다.
Mademoiselle Chanel at her villa, La Pausa, on the French Riviera with her dog, Gigot, 1930. ©REX Features
몸을 구속하지 않는 루즈한 라인의 드레스, 스트라이프 티셔츠, 트위드 재킷, 플랫 슈즈 등 샤넬이 처음 만들거나 직접 입어서 유행한 옷들은 이제 우리 옷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아이템이 되었다. 가브리엘 샤넬이 만든 샤넬은 단지 옷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그녀가 창조한 것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우리 삶을 대변하고 규정하는 시대정신이 되었다. “한 세계가 끝나고, 또 다른 세계가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 있었다. 기회가 찾아왔고, 나는 그 기회를 거머쥐었다. 나는 이 새로운 시대와 같은 나이였다. 그래서 이 시대가 내게 의상으로 표현해달라 호소한 것이다.”
* 2014년 8월 30일부터 10월 5일까지 동대문 DDP에서 열린
<문화 샤넬전-장소의 정신> 도록 참조. Chief Editor 안동선
<Harper's Bazaar> Korea 피처 디렉터 출신으로 현재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출판과 전시를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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