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한 목적이나 의도없이
때로는 산책자의 여유로운 호흡으로
때로는 어떤 대상을 향해 빠져들 때의 역동적인 리듬으로 쓰여진 다채로운 아티클,
소셜 클럽은 히스토리·아트·패션·라이프스타일 등 예술적 상상력에 기반한 모든 것을 탐구하는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With no profound purpose or intention,
at times with a leisurely breath of a stroller
and at others with a dynamic rhythm that immerses you
in specific topics of a wide array of articles,
the Social Club relishes intellectual pleasure,
exploring anything and everything founded on artistic imagination
whether historical, art, fashion, or lifestyle.
Woman wearing a theatrical mask by Oskar Schlemmer and seated on
Marcel Breuer’s tubular-steel chair, c. 1926, Photo: Erich Consemüller.
20세기를
대변하는 아이코닉한
의자를 만들다
마르셀 브로이어
Marcel Breuer 1902~1981
#Inspiration
산업 재료인 강관을 이용해
20세기 가장 유명한 의자, 바실리 체어를 디자인한
산업디자이너이자 건축가 마르셀 브로이어.
Marcel Breuer 1926 On Model B3 Wassily Chair. @centredartdeflaine.com
마르셀 브로이어가 산업사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산업 재료인 강관을 이용해 바실리 체어를 만들기 전까지 의자는 두툼한 가죽과 육중한 나무로 만들어졌다. 바우하우스 이념은 물론 현대성을 대표하는 20세기 가장 유명한 의자, 바실리 체어. 이후 수많은 금속 디자인 의자의 모태가 된 이 아이코닉한 의자를 만들기까지의 세세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마르셀 브로이어는 바우하우스의 첫 세대 졸업생이었다. 졸업 후 파리의 건축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던 브로이어에게 1925년 바우하우스의 교장 발터 그로피우스는 공방의 담당자 자리를 제안했고 브로이어는 이를 수락했다.
Bauhaus Dessau
브로이어는 스물세 살에 첫 자전거를 가질 수 있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자전거는 공산당의 빨간 깃발처럼 눈에 띄는 불온한 사상의 상징이었다. 게다가 자전거용 복장으로 개량된 짧은 치마나 치마 아래 받쳐 입는 바지인 블루머를 입고 다리를 드러낸 여자들이나 도통 격식이라고는 차리지 않는 캡 모자를 쓴 남자들은 보수적인 독일 제국에서 연일 가십이 대상이었다. 그 때문에 브로이어는 데사우로 이전한 바우하우스에 공방 담당자로 가면서야 겨우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었다.
브로이어가 바실리 체어를 처음 만들 때 초빙한 전문가는 동네 배관공이었다. 브로이어는 자전거 핸들을 보며 심리스 강관을 유연하게 굽힌 프레임을 이용해 가볍고 견고한 의자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브로이어는 배관 파이프를 다루는 데 전문인 배관공을 초빙해 강관의 모양을 잡아나갔다.
바실리 체어의 첫 번째 모델은 1925년 봄에 만들어졌다. 오늘날의 바실리 체어와 비슷하지만, 골격을 이루는 프레임의 개수도 다르고 강관이 좀 더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니켈 도금을 입혀 도금 부위가 쉽게 벗겨지는 데다 제작비가 크게 상승한 첫 번째 모델은 실패였다. 하지만 브로이어는 이내 자전거 핸들처럼 날렵한 의자를 만들고자 한 초기의 착상을 떠올리며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바실리 체어는 1929년부터 토네트사에서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니켈 도금을 더 경제적인 크롬 도금으로 바꾸고 스트랩은 말총 대신 군복을 만드는 강하고 질긴 왁스 코팅 면사를 사용하는 등 수정을 통해 1926년 완성본을 만들었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바우하우스의 교수였던 오스카 슐레머의 발레 3부작에 등장하는, 가면 쓴 여자가 바실리 체어에 앉아 포즈를 취한 사진은 바우하우스의 사진 기록물 중 가장 유명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바우하우스의 학생이라는 것 말고는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Oskar Schlemmer, Group photo of Triadisches Ballett, 1927. @Bauhaus-Archiv, Berlin
Woman wearing a theatrical mask by Oskar Schlemmer and seated on Marcel Breuer’s tubular-steel chair, c. 1926, Photo: Erich Consemüller.
마르셀 브로이어는 처음에 사람들이 바실리 체어를 보고 비난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파격적이라 할 만한 특이한 외관에다 편안하지도 않은 바실리 체어의 초기 모델이 나오자마자 모더니즘을 지지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B32
MR10
Standard Chair
Wassily Chair, Image courtesy of Knoll
마르셀 브로이어의 의도는 편안하고 안락한 의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목적은 미의식의 틀 자체를 새로 세우는 것이었고, 기계산업시대를 형상화한 의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바실리 체어는 수많은 금속 디자인 의자의 모태가 되었다. 마르셀 브로이어의 캔틸레버 체어인 B32, 미스 반 데어 로에의 MR10, 르 코르뷔지에가 샤를로트 페리앙, 피에르 잔느레와 협업해 만든 LC2와 LC4, 장 프루베의 스탠더드 체어… 이후 현대인의 눈에도 세련되어 보이는 금속 디자인 의자들이 나왔다.
바실리 체어의 원래 이름은 마르셀 브로이어의 성에서 딴 B에 번호를 붙인 B3이었다. 바실리 체어라는 별칭은 1962년 이탈리아 가구 제작 판매 업체인 가비나가 홍보를 목적으로 붙인 것. 바우하우스에서 브로이어와 함께 재직했던 바실리 칸딘스키가 이 의자를 극찬하자 그를 위해 최초의 모델과 똑같은 의자를 만들어주었고 이후 ‘바실리 체어’로 불렸는데, 이 일화를 알고 있었던 가비나가 딱딱한 번호 형태의 이름보다 친근한 별칭이 붙으면 더 알리기 쉽다고 브로이어를 설득한 것이다. 그들의 마케팅 감각은 탁월했다.
<오늘의 의자>(이지은, 모요사)에서 발췌 및 편집
Chief Editor 안동선
<Harper's Bazaar> Korea 피처 디렉터 출신으로 현재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출판과 전시를 기획한다.
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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