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btn_down

‘Group IV, The Ten Largest, No. 7, Adulthood’, 1907. Tempera on paper, mounted on canvas, 315 x 235 cm.
Hilma af Klint Foundation, Stockholm. Photo: Albin Dahlström, Moderna Museet, Stockholm via Guggenheim.org

그림을 통해
별에 다가가려 했던
추상미술의 선구자

힐마 아프 클린트

Hilma af Klint 1862 ~ 1944

line

#Inspiration

누구보다 일찍 그리고 영성을 감각케 하는
인간, 동물, 식물, 광물 등을 소재로 한 추상회화를 통해
영혼과 별의 영역에 도달하려 했던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
img_socialclub

“Hilma af Klint: Paintings for the Future”; Installation view; Guggenheim, NY (12 October – 23 April 2019); via Guggenheim.org

2018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새로운 역사를 쓴다. 한 전시회가 1939년 미술관이 설립된 이후 진행된 전시 중 가장 많은 관람객 수를 기록하고(대략 60만 명), 전시 도록 역시 미술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다. 그 전시회의 이름은 <힐마 아프 클린트, 미래를 위한 그림>이었다. 1937년 힐마 아프 클린트는 스톡홀름에서 열린 인지학 협회 초청 강연의 원고 제목 중 하나를 이렇게 정한다.

‘색채 경험을 통해 별의 영역에 도달하려는 시도’. 그녀가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 표현은 없다. 그녀가 죽은 지 70여 년 이상 지난 지금, 그녀는 예술의 역사를 새로 쓰게 만든 진정한 별이 됐다.

img_socialclub

Hilma af Klint in her Stockholm studio in about 1895.
via The Hilma af Klint Foundation

힐마 아프 클린트는 1862년 스톡홀름 북서쪽에서 위치한 한 병영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장교였고, 어머니는 핀란드 상류 계급 출신이었다. 그녀는 의심 없이 남성이 세상의 중심이던 시대를 살고, 게다가 남성성의 표본처럼 여겨지는 군인 가정에서 자랐지만 자유로운 부모님 덕에 남자들과 똑같은 교육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세상이 그녀에게 동등한 인간이자 예술가로서 자격을 부여한 것은 아니었다. 미술 학교에서의 경험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학교가 내게 고통을 주었다는 점 이외에 다른 것을 기억할 수가 없다.”

img_socialclub

‘Eros Series, no. 2’, 1907 © Stiftelsen Hilma af Klints Verk. Photo: Albin Dahlström via Moderna Museet

img_socialclub

‘The WUS/Seven-Pointed Star Series, Group V, The Seven-Pointed Star, No.1 (Serie WUS/Sjustjärnan, Grupp V, Sjustjärnan, nr 1)’, 1908. Tempera, gouache, and graphite on paper, mounted on canvas, 62.5 x 76 cm.The Hilma af Klint Foundation, Stockholm. Photo: Albin Dahlström, Moderna Museet, Stockholm via Guggenheim.org

우리가 현재 접하는 그녀의 작품과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여물기 시작한 것은 공식적인 미술 교육기관이나 미술협회에서의 활동이 아니라 1896년 서른네 번째 생일을 맞아 다른 네 명의 여성과 ‘5인회'라는 모임을 결성한 후부터였다. ‘5인회’의 주 활동은 이런 것이었다.

각각 손을 붙잡은 채 전기가 흐르는 회로처럼 고리를 만들어 예배 의식을 진행하고, <비밀 교리>, <보이지 않는 조력자> 같은 신지학자의 책을 공부하며, 어떤 높은 곳에서 자신들에게 다가온 알 수 없는 힘을 나선, 원, 타원, 격자 같은 기하학적 구조로 스케치하는 것.

img_socialclub

‘The SUW/UW Series, Group IX/UW, The Dove, No. 12 (Serie SUW/UW, Grupp IX/UW, Duvan, nr 12)’, 1915. Oil on canvas, 155 x 129 cm. The Hilma af Klint Foundation, Stockholm. Photo: Albin Dahlström, Moderna Museet, Stockholm via Guggenheim.org

img_socialclub

‘The Dove, No. 1’, 1915 © Stiftelsen Hilma af Klints Verk Photo: Albin Dahlström via Moderna Museet

신지학은 그녀가 살았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학문으로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신앙이나 추론으로는 알 수 없는 신의 심오한 본질이나 행위에 관한 지식을, 신비적인 체험이나 특별한 계시에 의하여 알게 되는 철학적 ·종교적 지혜 및 지식”이다.

그녀가 이러한 영성주의에 빠지게 된 건 1880년 열 살밖에 안 된 그녀의 여동생 헤르미나가 하늘의 별이 된 사건이 결정적 계기라 할 수 있다. 그녀는 1934년 12월의 일기에 이렇게 썼다. “네가 아주 좋아했던 사람을 생각하며 그렸다.” 그리고 덧붙인다. “1880년 동생 헤르미나의 죽음과 연관됨.”

img_socialclub

‘Group IV, The Ten Largest, No. 7, Adulthood’, 1907. Tempera on paper, mounted on canvas, 315 x 235 cm. Hilma af Klint Foundation, Stockholm. Photo: Albin Dahlström, Moderna Museet, Stockholm via Guggenheim.org

img_socialclub

‘The Ten Largest, No. 2, Childhood’, 1907 © Stiftelsen Hilma af Klints Verk Photo: Albin Dahlström via Moderna Museet

그녀의 그림에 나타난 색과 상징, 문자, 말들은 저 먼 곳에 있는 무언가에 다가갈 수 있는 영적 지도이자 현실을 초월하고자 하는 의지와 상상력의 발로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는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알려진 칸딘스키, 말레비치, 몬드리안 같은 화가들의 앞에 그녀의 이름을 놓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사실을 알면 그녀가 기뻐할까? 어쩌면 이미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1906년 일기에 “내가 감당했던 시도들로 사람들은 놀라게 될 것"이라고 썼으며, 죽기 전 조카에게 그림을 물려주며 자신의 작품 중 ‘+X’가 표시된 것들은 “내가 죽고 20년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개봉해야만” 한다고 유언한다. 그 유언은 지켜졌고 그녀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작품을 그린 화가이자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마침내 반짝이게 됐다.

Chief Editor 안동선
<Harper's Bazaar> Korea 피처 디렉터 출신으로 현재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출판과 전시를 기획한다.

About

icon_down  

심오한 목적이나 의도없이
때로는 산책자의 여유로운 호흡으로
때로는 어떤 대상을 향해 빠져들 때의 역동적인 리듬으로 쓰여진 다채로운 아티클,

소셜 클럽은 히스토리·아트·패션·라이프스타일 등 예술적 상상력에 기반한 모든 것을 탐구하는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With no profound purpose or intention,
at times with a leisurely breath of a stroller
and at others with a dynamic rhythm that immerses you
in specific topics of a wide array of articles,

the Social Club relishes intellectual pleasure,
exploring anything and everything founded on artistic imagination
whether historical, art, fashion, or lifestyle.

More Social Club

icon_down  
footer-line footer-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