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한 목적이나 의도없이
때로는 산책자의 여유로운 호흡으로
때로는 어떤 대상을 향해 빠져들 때의 역동적인 리듬으로 쓰여진 다채로운 아티클,
소셜 클럽은 히스토리·아트·패션·라이프스타일 등 예술적 상상력에 기반한 모든 것을 탐구하는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With no profound purpose or intention,
at times with a leisurely breath of a stroller
and at others with a dynamic rhythm that immerses you
in specific topics of a wide array of articles,
the Social Club relishes intellectual pleasure,
exploring anything and everything founded on artistic imagination
whether historical, art, fashion, or lifestyle.
Front and back of Harald Szeemann's address list for his visit to New York, 1968. The Getty Research Institute
전시로 역사를 만들다
하랄트 제만
Harald Szeemann 1933~2005
#Inspiration
전복적인 전시를 기획하였으며
집요한 아키비스트의 면모를 지닌
독립 큐레이터의 시초, 하랄트 제만.
Harald Szeemann lecturing in front of Werk Nr. 003 by Emma Kunz. The Getty Research Institute, Artwork courtesy Emma Kunz Zentrum.
© Anton C. Meier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이자 영국 서펜타인갤러리 공동디렉터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는 <큐레이팅의 역사>에서 이렇게 썼다.
‘하랄트 제만은 큐레이터라기보다는 미술사에 가깝다. 아키비스트(기록 보관 전문가)이며 동시에 보존 전문가, 아트 핸들러(작품 개봉, 상태 체크, 분류 작업), 홍보 담당자이며, 회계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술가들의 조력자였다.’
Harald Szeemann (seated) on the last night of documenta 5: Questioning Reality—Image Worlds Today, Kassel, 1972. The Getty Research Institute.
Photo: Balthasar Burkhard
하랄트 제만은 1933년 스위스 베른 태생으로 예술가를 꿈꾸던 다재다능한 청년이었다. “총체 예술을 실현하려는 야망을 담은” 1인 연극에 열중하기도 하고, 화가를 꿈꾸다 페르낭 레제의 전시를 보고 자신은 그렇게 그릴 수 없다는 생각에 포기했지만 말이다. 이후 학문으로 눈을 돌려 미술사, 고고학, 언론학을 공부한 제만은 당시 베른 쿤스트할레의 관장으로 있던 프란츠 마이어와의 인연으로 전시 기획의 길로 들어선다. 제만은 28세의 나이에 베른 쿤스트할레의 디렉터로 임명되는데 1969년 <태도가 형식이 될 때(When Attitudes Become Form)>를 기획하며 현대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월터 드 마리아는 전화기를 설치하여 관객과 통화를 시도하고 마이클 하이저는 전시장 밖의 보도블록을 깨놓는 등 대부분의 작품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관객의 눈앞에서 실현되거나 심지어 파괴된 상태로 제시된 파격적인 전시였다. 제만의 표현에 따르면 이 전시의 “구조화된 혼돈”은 당시 미술 관계자들과 관객의 거센 항의에 의해 제만을 디렉터 직에서 내려오게 했지만 훗날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전복적인 시도로 남았다.
Live in Your Head: When Attitudes Become Form, 1969, KUNSTHALLE BERN
Front and back of Harald Szeemann's address list for his visit to New York, 1968. The Getty Research Institute
이후 제만은 1972년 제5회 카셀 도쿠멘타의 총감독을 맡아 이를 영향력 있는 미술 행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공헌했다. 당시 미술계에는 카셀 도쿠멘타와 베니스 비엔날레와 같은 국제적인 전시 이벤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시기였다. 도쿠멘타를 마친 후 1974년, 제만은 정반대의, 은밀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소규모 전시 <Grandfather: A Pioneer Like Us>를 기획한다.
베른의 한 아파트에서 열린 이 전시는 헝가리 출신의 이발사이자 가발제작자, 발명가였던 자신의 할아버지의 개인 소지품, 작업 도구 1천여 점으로 구성되었다. 이처럼 제만은 미술관에 소속되어 작품의 보존과 연구를 진행한 기존의 큐레이터와 달리 자유롭게 전시를 기획하는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1980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아페르토(Aperto) 섹션을 만들어 신진작가들을 위한 실험적 미술을 소개하였고, 1997년에는 제2회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을 지냈다. 당시만 해도 국제적인 인지도가 전혀 없는 신생 비엔날레 감독 직에 응한 데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처럼 하랄트 제만은 2005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끊임없이 전복적인 새로움을 추구하며 예술 안에서의 혁신을 꾀했다.
Grandfather: A Pioneer Like Us, 1974 @swissinstitute.net
Office stamps from Harald Szeemann's archive, Maggia, Switzerland, ca. 1970–1974. The Getty Research Institute, From Adrian Notz and Una Szeemann, eds., Harald Szeemann: Obsession Dada (Zurich, 2016), vol. 3, p. 40. Composite photo concept and design: Studio Coco, Corina Künzli
© documenta archiv Exhibition poster documenta
Calling German Names, performed by James Lee Byars at documenta 5: Questioning Reality —Image Worlds Today, Kassel, 1972. The Getty Research Institute Photo: Balthasar Burkhard. ©The Estate of James Lee Byars
1) <큐레이팅의 역사>,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지음, 송미숙 옮김, 미진사 Chief Editor 안동선
<Harper's Bazaar> Korea 피처 디렉터 출신으로 현재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출판과 전시를 기획한다.
About
심오한 목적이나 의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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