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한 목적이나 의도없이
때로는 산책자의 여유로운 호흡으로
때로는 어떤 대상을 향해 빠져들 때의 역동적인 리듬으로 쓰여진 다채로운 아티클,
소셜 클럽은 히스토리·아트·패션·라이프스타일 등 예술적 상상력에 기반한 모든 것을 탐구하는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With no profound purpose or intention,
at times with a leisurely breath of a stroller
and at others with a dynamic rhythm that immerses you
in specific topics of a wide array of articles,
the Social Club relishes intellectual pleasure,
exploring anything and everything founded on artistic imagination
whether historical, art, fashion, or lifestyle.
Photograph by Gillian Laub for The New Yorker
현재에 깃든 영속성을
표현하는 붓질
알렉스 카츠
Alex Katz 1927~
#Inspiration
자신의 아내를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을 화폭에 담으며
현재에 깃든 영속성을 표현하는
21세기 살아 있는 거장, 알렉스 카츠
Photograph by Gillian Laub for The New Yorker
알렉스 카츠는 거의 한 세기를 화가로 살아왔다. 미국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뉴욕과 메인 주에 있는 작업실을 오가며 지내는 그는 매일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작업실에 간다. 평일과 주말이 따로 없으며 긴 여행도 거의 하지 않는다. 수영과 조깅으로 닦은 체력으로 90세가 넘은 지금도 어시스턴트 없이 혼자서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대형 화면 앞에 선다.
Wildflowers 1, 2010, Oil on Linen, Paris, 2021. ©Alex Katz/ADAGP
White Roses 9, NEW YORK, NY, 2012. ©Alex Katz/VAGA
알렉스 카츠의 그림 앞에서는 취향이 무의미해진다. 화사한 색감, 군더더기 없는 붓질, 스타일리시한 구성이 잘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누구나 소장하고 싶어하기에 단연 최고의 작품 가를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왕성하게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어 세계 주요 도시에서 돌림노래처럼 개인전이 이어지고 2022년 10월에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전 작품을 망라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예정되어 있다.
Alex Katz: Quick Light; Black Brook 18; Installation view; Serpentine Gallery, London (2 June – 11 September 2016) ©readsreads.info
하지만 그에게도 고된 시절은 있었다. 뉴욕의 쿠퍼 유니온 미술학교와 메인 주의 스코히건 회화조각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개인전을 개최한 것이 1950년대 중반. 그 시기 뉴욕은 잭슨 폴록, 빌럼 데쿠닝 등 뜨겁고 남성적이며 심오한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이 두각을 드러낼 때였다. 당시 시대의 조류 속에서 아내 ‘에이다’를 비롯한 주변 친구들에게 자연, 오브제를 그리는 알렉스 카츠의 구상 회화는 너무나 동떨어져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비평가들이 그의 작품을 두고 ‘깊이’가 없다고 평했다. 그러나 카츠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고유하고 일관된 작품 세계는 서구 미술사에서 지속된 추상과 구상 간의 논쟁을 초월하여 그를 ‘미술사에 등장하는 거장 중에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유일한 화가’로 만들었다.
Summer Picnic, NEW YORK, NY, 1975. ©Alex Katz/VAGA
Blue Umbrella #2, NEW YORK, NY, 1972. ©Alex Katz/VAGA
알렉스 카츠의 그림들은 그 담백함과 단순 명료한 아름다움으로 언뜻 보면 매우 쉽게 그린 듯 보인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는 고도의 구성력과 기술력이 숨어 있다. 우선 그는 TV나 영화 같은 영상 매체들이 대상의 멋진 부분을 포커스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는 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에서 핵심적인 요소를 부각하고 나머지는 대담한 생략으로 처리한다.
두 개의 얼굴을 나란히 배치하는 ‘더블더블’ 같은 구성은 카츠의 시그너처다. 또한, 카츠는 물감이 마르기 전에 그 위에 다른 물감을 더해 두 개의 색이 자연스럽게 합쳐지도록 하는 웨트 온 웨트(wet-on-wet) 기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Alex Katz, Maine, 2021. ©Isaac Katz
©Farnsworth Art Museum/Linda Stevenson
색상의 명도를 높이기 위해 신중하게 색의 균형을 맞추는 카츠는 실생활에서 보여주는 패션 센스 또한 놀라울 정도다. 컬러 감각은 타고난 것이라고 말하는 카츠는 요즘 꽃과 새를 그리는 데 몰두한다. 자연을 바라보고 있다가 ‘반짝’ 하는 순간이 오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작업실로 돌아와 프린트한 후 나무 보드에 습작을 하고 최종적으로 캔버스에 옮긴다.
지난 70여 년 동안 이 과정을 무수히 반복했을 그에게 그림이란 무엇이며, 일상을 회화로 옮겨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내 작품은 지금 여기, 현재에 관한 것이다. 영원 역시도 현재라는 선상에 존재한다.”
Alex Katz: Red Dancers; Installation view; Thaddaeus Ropac, Paris(20 June – 18 July 2019) ©ropac.net
Alex Katz: Quick Light; Installation view; Serpentine Gallery,London(2 June – 11 September 2016) ©readsreads.info
Chief Editor 안동선
<Harper's Bazaar> Korea 피처 디렉터 출신으로 현재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출판과 전시를 기획한다.
About
심오한 목적이나 의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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